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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도 꿈도 ‘여자 박지성’ 보육원서 쏘아올린 희망슛
초등학교 축구선수 아름이…
매일 4시간 넘게 훈련...
국가대표로 성공해서 지체장애 엄마 모실래요
“아 어떡해….”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17일, 인천 부평구의 신명보육원 강당은 대표팀을 응원하러 모인 아이들의 탄식과 환호가 오갔다. 전반 초반 자책골과 뒤이은 실점에 아이들은 오히려 ‘대한민국’을 목청 높여 외쳤고, 다시 만회골을 넣었을 때는 모두 함께 일어나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친구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이던 아름(11·가명)이는 박지성 선수의 움직임에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아름이의 얼굴은 햇살에 그을린 박지성 선수의 얼굴처럼 새까맣게 타 있었다. 보육원 친구들 사이에서 아름이는 ‘여자 박지성’으로 통한다.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박지성 선수처럼 재빠르게 뛰고 힘차게 슛을 해서 생긴 별명이다. 아름이는 “친구들이 부르는 ‘여자 박지성’ 별명이 너무 좋아요”라며 “그리스 경기에서 박지성 선수가 넣은 것처럼 나도 멋진 골을 넣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아름이는 2005년 8월 동생과 보육원에 왔다. 이곳은 이혼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는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다. 아름이의 엄마 김아무개(37)씨는 지체장애 4급이다. 김씨는 남편과 이혼한 뒤 돈을 벌기 위해 봉제공장에 취직하며 자매를 보육원에 맡겼다. 기초생활수급자 보조금과 소일거리로 생기는 월 40만원가량의 수입으로는 두 딸을 키울 수 없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아름이는 “어려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엄마랑 헤어질 때 슬펐다”고 말했다.
부모와 떨어져 보육원에 오는 아이들은 초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아름이는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축구에서 꿈을 찾았다. “텔레비전 속 선수들이 공을 몰고 슛을 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어요.” 보육원 남자아이들과 축구하는 재미에 흠뻑 빠진 아름이는 지난해 인천 시설아동 여자축구팀 ‘인 유 걸스’에 들어갔다. 5~6학년 언니들이 중심이었지만, 아름이는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했다. 아름이의 꿈을 눈여겨본 어린이재단의 후원도 매달 받게 됐다.
축구 실력 덕분에 보육원에서 1시간 떨어진 ㄱ초등학교로 옮겨간 아름이는 현재 윙백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ㄱ초등학교의 여자축구부 감독은 “스피드가 있고 공을 차는 감각이 뛰어나다”며 “실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아름이는 “다른 학교랑 시합할 때가 제일 재밌어요. 지금은 수비지만 나중에는 공격도 잘하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매일 아침 1시간50분, 오후 2시간50분가량인 훈련은 아름이에게 힘드는 일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아름이의 눈은 언제나 여자 국가대표 선수를 향해 있다. 우선은 축구 실력을 더 닦아 중학교, 고등학교 여자축구팀에 들어가는 게 꿈이다. 엄마, 동생과 함께 사는 날도 손꼽아 기다린다. 엄마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보육원을 찾아오지만, 아름이는 축구연습 때문에 요즘에는 엄마를 만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아름이는 “괜찮아요. 축구선수로 성공해서 엄마한테 잘해드릴 거예요”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인천/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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