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따뜻하고 넉넉한 나눔으로 아이와 어른이 함께하는 여정,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포근하고 훈훈해지는 착한 걷기가 열렸다. 가족 아닌 가족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은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는다.

지난 30일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인천중, 제물포고교 동문 산우회 주관으로 열린 ‘아름다운 동행’은 신명보육원 원생40여명과 산우회 회원 40여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일일 가족이 되어 서해안 섬 대이작도의 부아산을 등반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 속에서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는 힐링 시간을 보냈다.



안재욱 군(15세)은 “배를 타니까 기분이 상쾌해요. 넓은 바다와 갈매기를 보면서 가슴이 트이는 것 같아 참 좋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저는 어제 너무 설레서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배를 처음 타보는 거라서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특히 갈매기가 새우깡을 먹는 게 신기했어요.” 이유정 양(14세)은 하늘을 나는 갈매기를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한다.
연안부두에서 2시간여 배를 타고 가며 갈매기와 친해진 아이들은 즐겁고 행복한 얼굴들이다.



오전10시10분. 목적지인 대이작도에 도착한다는 선내방송이 나온다.
섬에 도착하자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가 그만 멈추어야할 텐데...얘들아~ 우비 먼저입고 산에 올라가자~” 큰 비는 아니지만 섬에 도착하자 감기라도 들새라 근심어린 얼굴로 아이들에게 우비를 입히는 어른들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면서 아이와 어른이 손을 맞잡았다.
초여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산길을 걸으며 새로운 가족은 마음을 열어간다.

‘가족’의 사전적 의미는 혈연, 인연, 입양으로 연결된 일정 범위의 사람들로 구성되어진 집단이라고 쓰여 있다. 최근 TV나 영화관의 스크린 속에 그려지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다.
그 가족이 때때로 힘들게도 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큰 힘과 위안이 될 만큼 가족은 든든한 선물이기도하다.
산우회 박현오 회장(57, 제고22회 졸업생)은 “2007년부터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했습니다. 지역사회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매해 이 행사를 열고 있는데 동문들께서 봉사에 의미를 갖고 참여를 많이 해주십니다. 해외에 거주하시는 동문들은 후원금을 보내주실 정도로 관심을 갖고 계시지요. 그동안 무의도, 영종도, 대관령 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휠체어를 태우고 산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고생스럽고 힘도 들지만 보람이 더 크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라며 아이들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본다.

부아산 정상에 오르자 어른들은 바리바리 싸온 간식을 아이들과 함께 먹으며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백순명 씨(56, 부평구 십정동)는 “아이들에게 오늘 함께한 시간들이 기억에 남는 행복한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우리조가 맡은 아이들은 1학년, 3학년. 6학년 여자아이입니다. 아이들의 얼굴표정이 밝고 행복해 보여서 저도 즐겁네요. 남편과 함께 아이들에게 먹일 간식을 준비하면서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오늘의 동행이 기다려지더라고요. 은근히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놓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하네요.”라며 웃는다.

비가 그치고 따사로운 햇살이 비를 머금은 싱그러운 초록빛 나무에 걸렸다.
미리 준비한 보물찾기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동행’이라고 쓴 흰 종이를 찾아오면 선물과 맞바꾸는 게임이다.
“보물 찾았어요!” “저도 찾았어요!” 희망을 찾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비 그친 하늘을 파랗게 물들인다.
신나는 게임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 인근 식당에서 마련한 트럭을 타고 재미있는 이동이 시작된다. 트럭 짐칸에 올라탄 아이들은 놀이기구에 몸을 실은 듯 즐겁고 신났다. “와~! 재밌다! 더 세게 달려주세요~!”
식당에 다다르자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아이를 기다리며 밥상을 준비하는 엄마처럼 행복하다. “얘들아~손 먼저 씻고 와야지~음식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남기지 말고 천천히 많이 먹어라~” “네~잘 먹겠습니다.”

즐거운 점심시간이 지나고 해변에 모인 아이들과 어른들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돌멩이를 던져본다. “누가 더 멀리 던지는지 시합해볼까?”
다양한 상품을 건 게임이 시작되자 아이들을 향한 어른들의 응원 열기도 햇살만큼 뜨겁다.
신발 멀리던지기, 제자리에서 다 같이 높이뛰기 등 즐거운 게임은 아이와 어른의 마음을 하나로 단단하게 묶어준다.
정현모 씨(50, 남구 주안동)는 “보육원생 아이들과 함께 평소에 가보지 못한 섬을 둘러보고 게임도 하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배를 타고 섬 구경을 하는 게 처음이기 때문에 아마도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겁니다. 오늘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서 즐겁고, 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김은중 원장(52, 신명보육원)은 “새로운 만남을 통해 아이와 새로운 보호자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정을 느낄 수 있도록 손잡고 산을 오르며 즐거운 시간을 마련해주셔서 좋았습니다. 또한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를 대신해 소통의 기회를 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대이작도에 추억을 남기고 연안부두에서 아름다운 동행은 아쉬운 끝맺음을 했다. “잘 가거라~다음에 또 만나자. 건강하고 씩씩하게 커야해~알았지?”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채운 동행은 어둠 속에 따뜻한 빛이 되어 내년을 기약했다.

박영희 I-View기자 pyh606101@naver.com